감 독 : 스페인의 아라공에서 태어난 루이스 브뉘엘은 부유했던 부모의 강요로 카톨릭 학교를 다녀야했다. 18세기 이래 하나도 변한 게 없는 엄격한 교육을 받은 브뉘엘은 이때부터 평생을 종교에 맞서 싸울 것을 다짐했다. 마드리드 대학 재학 중 당시 싹트기 시작했던 유럽영화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브뉘엘은 파리에서 프리츠 랑 감독의 <운명>이란 영화를 보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파리 영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프랑스의 유명한 영화감독 장 엡스탱을 찾아가 조감독을 자청해 영화제작 기법을 익힌다.
그리고 1928년, 초현실주의 화가였던 친구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어머니가 부쳐준 돈으로 단편영화를 만들게 되는데 이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안달루시아의 개>이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귀가 맞지 않는 영화였다. '옛날 옛적에', '8년 후', '새벽 3시', '16년 전' 등의 자막이 깔리면서 시제를 왔다갔다하는 것은 물론이고 줄거리도 연결되지 않는다. 브뉘엘이 인간의 모든 경험을 영화에 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니 줄거리가 잡히지 않는 게 당연했다. 인간의 무의식, 꿈, 광기를 비합리적인 연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만들어낸 이 영화는 영화인들의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어 브뉘엘 감독은 성욕과 교회 때문에 고통을 겪는 한쌍의 남녀에 관한 이야기인 <황금시대>(1932)를 통해 자신이 청소년기에 다짐했던 종교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두 남녀의 꿈속에 들어가 기록영화를 찍듯이 시작하는 영화로 예수의 등장장면이 문제가 되어 카톨릭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로부터 신성모독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각국에서 상영금지조치를 당한다. 이에 반발한 브뉘엘은 스페인 서부지방의 끔찍한 빈곤의 실상을 냉정하게 담으면서 이 모든 것이 교회와 정부 때문이라는 걸 조목조목 따진 전투적인 기록영화 <빵없는 대지>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브뉘엘 감독은 15년간이나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 1946년, 멕시코로 이주한 브뉘엘 감독은 그의 세 번째 영화 <버려진 아이들>(1950)로 잃었던 세계적 관심을 되찾는다. 멕시코 아이들의 빈한한 삶과 꿈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군데군데 그의 초현실주의적인 취향을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평론가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를 계기로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온 브뉘엘 감독은 <비리디니아>를 내놓는다. 갓 수녀가 된 비르디니아가 모욕받고 상처받고 타락해가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교회가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망치는가를 브뉘엘식으로 공격한 작품으로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장면 - 예수의 제자들 대신 거지들, 도둑들, 저능아들이 등장한다 - 으로 스페인 정부는 상영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칸느에서는 황금종려상을 받아냈다.
그리고 브뉘엘의 후기 전성기가 시작된다. <추방당한 천사>(1962), <시골하녀의 일기> (1964), <세브린>(1967), <트리스타나>(1970),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1972), <자유의 환영>(1974), <욕망의 모호한 대상>(1977)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기존 사회와 문화가 정한 어떤 범주에도 안주하지 않고 자기식의 영화를 만들어내며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사회와 인간의 우스꽝스런 단면을 그려냈다.


Posted by 블루아레나